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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이모저모/사랑과 진실

카사노바를 유혹한 여인

by 현상아 2006. 12. 31.

17세기 유럽의 귀족들 사이에 카사노바에 대한 소문이 자자했다. 그의 탁월한 연애 솜씨를 부

러워하는 남자들도 있었고 귀족의 부인들은 카사노바에게 관심을 보이면서 수군거리며 유혹

의 손길을 은근히 기대하기도 했지만 딸을 둔 부모들은 카사노바 때문에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딸이 결혼할 나이가 되고나 미모가 출중할 경우 그에게 혹시나 당하지 않을까 걱

정을 하였다. 그중에 카테리나의 아버지는 딸에게 카사노바가 접근하자 걱정이 되어 그와 만

나지 못하게 하려고 카테리나를 4년 동안 수녀원에 보낸 적이 있었다.

아름다운 카테리나의 모습을 볼 수 없게 된 카사노바는 포기하지 않고 그녀가 있는 수녀원에

서 열리는 미사에 참석하여 그녀의 모습을 보려고 애를 썼다. 아름다운 카타리나를 보기위해

자주 나타나는 잘생긴 청년에 대해 수녀들은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수녀원에서 일하는 하녀가 카사노바의 발등에 쪽지를 떨어뜨리고는 총총걸음

으로 사라졌다. 카사노바는 혹시 카테리나가 보낸 쪽지라고 생각했는데 뜻밖의 내용이었다.

“미사에 자주 참석하시는 당신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나는 당신을 보면서 당신과 사귀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관심이 있으시면 오후 2시에 수녀원의 응접실로 오시기 바랍니다. 저를

보고 만날 건지 아닌지를 결정해도 좋습니다.”라는 내용이었다.

호기심이 발동한 카사노바는 그녀가 정해준 시간에 응접실로 갔다. 응접실에는 우아한 귀부인

과 수녀 한 명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카사노바는 그녀를 보는 순간 놀라지 않을 수 없었

는데 수녀 복을 입긴 했지만 그녀는 눈부실 정도로 아름다운 푸른 눈과 요염함이 물씬 풍기는

매력적인 여인이었다. 더욱 그의 호기심을 자극한 것은 귀부인과의 대화에서 들려오는 그녀

의 이름이었다. 당시 베네치아의 남자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았던 사교계의 여왕 마틸다가 갑

자기 수녀원에 들어갔다는 소문에 도시가 떠들썩한 적이 있었는데 그 마틸다가 쪽지의 장본이

었던 것이다. 카사노바는 그 때 당시 카테리나와 사랑에 빠져 있어 마틸다에게는 관심이 없었

지만 소문으로만 듣던 그녀의 미모는 카사노바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카사노바는 그녀를 만나기로 결심하고 면회를 신청했다. 엄격한 수녀원의 면회 장소에서 그녀

를 만난 카사노바는 격자문을 사이로 마주보고 앉아 있는 그녀의 모습이 성스럽기까지 했다.

천하의 바람둥이가 말문이 막혀 그녀에게 “애인이 있습니까?”라고 묻자 그녀는 그렇다고 대답

했다. 이번에는 마틸다가 카사노바에게 물었다. “당신은 애인이 있습니까?” 카사노바도 그렇

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마틸다는 “내게 단 한번만 당신의 애인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주시겠습

니까? 만일 당신이 그런 기회를 주신다면 당신은 나를 사랑하게 될 것입니다.” 그녀는 자신만

만했다. 카사노바와 별장에서 만나기로 하고 그에게 별장 열쇠를 주면서 마틸다는 살짝 그에

게 키스를 했다.

이틀 후 카사노바는 약속대로 별장에 도착했는데 마틸다는 먼저 와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수녀복장이 아닌 우아한 드레스 차림의 그녀의 모습을 보자 카사노바는 잠시 넋을 잃은 채 그

녀를 바라보다가 열정적인 키스를 했다. 그리고 함께 식사를 마친 후 수녀원이 들어가야 할 시

간이라면서 다음에 만날 약속을 정하고 급히 별장을 떠나 버렸다.

다음 약속 장소는 베네치아의 광장이었다. 카사노바는 초초한 마음으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

는데 수상한 남자가 접근하여 카사노바의 주위를 맴돌았다.

카사노바는 갑자기 그 남자가 마틸다의 애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함께 자신을 죽일지도 모

른다는 두려움에 남자를 피해서 천천히 걸었지만 남자는 카사노바를 계속해서 따라왔다. 그런

데 그 남자는 바로 마틸다였다. 마틸다는 웃으면서 카사노바를 보고 재미있어 했다. 남장을

한 마틸다의 모습은 카사노바에게 아주 자극적이었고 잠시나마 스릴이 넘치는 게임을 한 기분

이 들었다. 둘은 그날 별장으로 가서 은밀한 밀회를 즐길 수 있었다.

그리고 다음 약속 장소인 별장에 카사노바가 도착했는데 그녀는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창을 바라보는 그녀의 뒷모습을 발견한 카사노바는 그녀를 뒤에서 안아 주었고 그녀가 등을

돌리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는 마틸다가 아닌 카타리나였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마틸다와 카타리나는 친구사이였고 카타리나가 카사노바를 만나고 싶

어 하자 모든 일을 꾸민 것이라고 카타리나는 얘기 했다.

카사노바는 자기를 가지고 논 마틸다에게 화가 났지만 카타리나를 안고 있는 동안 온통 머릿

속에는 마틸다의 생각과 그녀의 모습이 떠올라 괴로울 지경이었다.

카사노바는 카타리나보다 마틸다를 더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마틸다의 노예가 되기를

자청했던 것이다. 카사노바는 언제나 자신의 외모와 특출한 연애 솜씨로 여자들을 유혹했던

유럽 제1의 바람둥이였지만 마틸다는 그보다 한 수 위였던 여자이다.

자신의 능력과 외모에 자신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오히려 그 자신감 때문에 자만에 빠질 수

있고 유혹에 더 빨리 넘어갈 확률이 높다고 한다. 자신의 외모나 능력에 자신이 없는 사람은

누군가 접근하는 것을 순수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목적이나 동기를 의심하며 마음을 열

지 않고 경계를 하는 경향이 많다고 한다.

외모에 자신이 있는 사람의 경우는 분명 상대가 자신에게 반해서 접근하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접근하는 사람의 동기를 전혀 의심하지 않아 오히려 유혹에 빠지기 쉽다.

하지만 무엇보다 자신에게 접근하는 사람의 진심을 간파할 줄 알아야 진정한 사랑을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 진실은 진실한 사람의 눈에만 보이는 것이다.

 - LJ 비뇨기과 - 엘제이 비뇨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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