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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이모저모/Health 119

밥맛이 없고 오래 살려면 쓴맛을 즐겨라

by 현상아 2022. 10. 8.

사진출처 : 최진규 약초학교

 

 

최진규/약초학자, 한국토종약초연구학회 회장

 

어렸을 적에 해마다 이른 봄철이 되면 햇살이 좋고 바람이 잔잔한 날을 골라서 집안 대청소를 하곤 하였다. 밝은 햇살과 맑은 바람은 온갖 균을 죽이는 훌륭한 살균제이며 가장 좋은 소독약이다. 모든 문을 활짝 열어놓고 겨우내 집안 구석구석에 쌓여 있던 묵은 먼지를 털어내고 쓰레기를 치우며 더러운 것들을 말끔하게 닦아낸다. 봄철에 집안 대청소를 하는 것은 수천 년 전부터 이어 오는 우리 겨레의 훌륭한 전통이다.

그런데 집을 청소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다. 그것은 겨우내 우리 몸 속에 쌓여 있던 독소와 노폐물을 씻어내는 일이다. 집안을 청소하고 몸을 늘 청결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몸 안을 깨끗하게 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한 일이다. 무릇 그릇의 바깥보다는 그릇의 안쪽이 더 깨끗하게 해야 하는 법이다.

 

쓴맛이 몸을 청소한다

곰은 봄철에 겨울잠에서 깨어나면 제일 먼저 쓴맛이 나는 풀을 뜯어먹고 설사를 해서 겨우내 창자에 쌓여 있던 묵은똥을 모조리 배설한다. 곰뿐만 아니라 노루, 고라니, 산토끼 같은 산짐승들도 봄이 되면 쓴맛이 나는 식물을 뜯어 먹고 설사를 해서 몸속을 청소한다.

요즘 사람들은 옛날보다 체격은 커지고 영양상태는 훨씬 좋아졌다. 그러나 겉으로 크고 튼튼하게 보일 뿐 몸속은 중병이 들었다. 외모는 깨끗하고 아름답지만 뱃속은 썩어서 더러운 것이 가득 차 있다.

영양상태가 좋아지고 평균수명이 크게 늘어났다고 하는데, 왜 암이나 당뇨병, 심장병 같은 온갖 질병은 더 늘고 있는가? 어찌하여 눈부시게 발달한 현대의학과 저명한 의사들은 이런 질병들을 고치지 못하는가?

요즘 사람들이 겉은 멀쩡하지만 속이 병들어 있는 이유는 몸속에 온갖 독소가 가득 쌓여 있기 때문이다. 마치 화려한 대궐 안에 쓰레기가 가득 쌓여서 악취를 풍기며 썩어가고 있는 것과 같다.

제일 악취를 많이 풍기는 쓰레기는 음식 쓰레기다. 음식 쓰레기가 몸속에 쌓여서 암, 당뇨병, 고혈압, 비만증이 생긴다. 속이 썩으면 결국 겉도 썩어서 문드러지기 마련이다. 겉을 치장하고 청소할 것이 아니라 먼저 뱃속을 깨끗하게 비우고 청소해야 할 것이다.

쓰레기에는 독소가 가득하고 그 독이 갖가지 병을 만든다. 그 독을 씻어내는 것을 해독(解毒)이라고 한다. 해독은 요즘 사람들한테 최고의 관심사다. 몸속에 쌓인 독을 풀어야 피가 맑아진다. 독소를 내보내기 위해서 열심히 운동을 해서 땀을 흘리고 푸성귀와 과일을 많이 먹고, 정제하지 않은 곡식으로 밥을 지어 먹으며 유기농 식품을 골라 먹는다.

그러나 아무리 깨끗하고 오염이 안 된 음식을 골라 먹어도 인공 합성 화학물질과 독소가 몸 속 들어오는 것을 막을 수 없다. 이미 지구에 있는 모든 공기와 물, 흙이 오염되어 있기 때문이다. 매연으로 인한 산성비는 도시에서 수 백리 떨어져 있는 깊은 산 속에도 내리고, 폐수를 거르는 시설이 아무리 잘 되어 있어도 걸러낼 수 없는 독성 물질이 수돗물이나 음식을 통해서 몸 안에 들어오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다.

우리는 몸속에 쌓이는 독소와 노폐물들을 날마다 씻어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노폐물이 썩으면서 독가스가 생겨나 뇌로 올라가서 정신이 흐릿해지고 머리가 아프며 차츰 오장육부가 썩어 문드러진다. 면역력이 약해지고 온갗 염증과 암이 생긴다.

몸 속의 독소는 간에서 해독한다. 간에서 독소를 풀고 콩팥에서 걸러 오줌으로 내보낸다. 몸속에 독소가 쌓이면 제일 먼저 간에 탈이 난다. 간이 해독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여 몸이 천 근이나 되는 듯 무겁고 기운이 없다. 해독하지 못한 독이 핏속에 쌓여 피가 끈적끈적하고 탁해진다. 피가 제대로 돌지 않아서 혈압이 올랐다가 내렸다가 한다. 면역력이 떨어져서 쉽게 병이 난다.

간이 나쁘면 혓바닥에 있는 미뢰(味雷)가 맛을 식별하는 기능을 잃어 버려서 밥맛이 없다. 진수성찬을 눈앞에 두고도 먹기가 싫어진다. 아무리 맛있는 것을 먹어도 입맛이 써서 더 달고 맛있는 것만 찾게 된다.

사람은 혓바닥으로 맛을 감지하여 맛있는 것을 골라서 먹는다. 혓바닥 양 옆에서는 신맛을 알아내고 혀끝에서는 단맛을 알아내며 또 혓바닥의 5시 방향과 7시 방향에서는 짠맛을 알아내고 혀의 뿌리 부분에서는 쓴맛을 알아낸다.

그런데 요즈음 사람들은 혀끝으로 느끼는 단맛만을 좋아한다. 단맛이 나는 음식만을 많이 먹는 까닭에 다른 맛을 느끼는 감각이 퇴화하였다. 곧 쓴맛이나 신맛, 짠맛, 떫은 맛을 느끼는 기능은 퇴화하고 오직 단맛만 잘 느끼도록 발달한 것이다.

요즘 사람들은 쓰고 떫은 것은 거의 먹지 않고 달콤하고 고소한 것만 즐겨 먹는다. 어느 한 통계에 따르면 현대인의 80퍼센트가 단맛에 중독되어 있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단맛을 탐닉한다. 달콤한 것에 중독되면 미각이 둔해져서 단맛을 제외한 다른 맛은 느낄 수 없다. 달콤한 것을 많이 먹을수록 맛에 대한 감수성이 무디어져서 더 달콤한 것을 먹어야 만족할 수 있게 된다.

게다가 소금이 몸에 해롭다는 잘못된 학설을 맹신하여 싱겁고 달콤하게 먹는다. 소금으로 간을 맞출 수 없으니 설탕으로 간을 맞추는 것이다. 떫은 것이나 신 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별로 없다.

단맛 중독은 마약 중독보다 더 무섭다. 마약에 중독되면 그 피해가 즉시 나타나지만 단맛 중독으로 인한 피해는 몇 년이 지나서 천천히 나타난다.

 

요즘 사람들은 단맛에 열광한다. 텔레비젼을 켜기만 하면 온통 먹는 것에 대한 이야기 뿐이다. 이미 달콤한 것에 설탕을 더 넣어서 먹으라고 한다. 단맛에 중독되면 정신은 퇴화하고 육신은 병이 든다. 의지가 약해지고 게을러지며 참을성이 없어져서 정신이 사나워진다. 뼈가 삭고 살이 썩는다. 네로와 연산군을 폭군으로 만든 것은 미식이다. 로마는 미식으로 인해 멸망했다.

모든 질병을 치료할 때 가장 기본이 되는 원칙은 음양(陰陽)과 기혈(氣血), 오장육부(五臟六腑)가 평형을 이루게 하는 것이다. 음양과 기혈, 장부의 평형을 이루게 하면 병은 저절로 낫는다.

모든 음식이나 약은 달고 맵고 쓰고 시고 떫은 맛의 다섯 가지 맛이 있다. 이 다섯 가지의 맛을 골고루 섭취해야 장부가 평형을 이룬다. 그런데 한 가지 맛을 편식하면 기혈과 장부의 균형이 깨어져서 온갖 질병이 생긴다. 요즘 사람들은 주로 쓴맛을 피하고 단맛을 즐기는 까닭에 온갖 질병에 걸린다. 특히 암, 당뇨병, 고혈압, 비만은 미식(美食)의 결과이다. 맛있는 음식은 일 년에 한두 번만 먹어야 병에 걸리지 않는다.

유대인들은 유월절(逾越節)에 쓴맛이 나는 음식을 먹어야 하는 율법이 있다. 이것은 모든 유대인이 반드시 지켜야 하는 엄한 계율이다. 유럽에 사는 사람들도 봄이 되면 쓴맛이 나는 민들레 같은 것으로 샐러드를 만들어 먹는 습관이 있다. 북미에 사는 원주민들도 조상 대대로 봄이 되면 정기적으로 쓴맛이 나는 식물의 뿌리를 나물로 먹는 관습이 있다.

여러 해 전에 미국 뉴욕 주에 사는 원주민 약초 치료사와 여러 날을 함께 지내면서 약초를 연구한 적이 있다. 그 때 그들이 입에 댈 수도 없을만큼 쓴 나물을 샐러드로 만들어 즐겨 먹는 것을 보고 놀랐다.

우리나라에도 민간에서 소화가 잘 되지 않거나 위장 기능이 좋지 않을 때 씀바귀나 고들빼기 나물을 먹거나 소태나무 껍질을 물로 달여서 먹는 전통이 있다. 소태나무 껍질에는 과신이라는 물질이 들어 있어서 쓴맛의 대명사라고 할만큼 맛이 몹시 쓰다.

일본 사람들은 봄에 밥맛이 없거나 위장 기능이 좋지 않을 때에는 당약(當藥)이라고도 부르는 쓴풀을 달여 먹은 오랜 관습이 있다. 쓴풀은 천 번을 우려 내도 쓴맛이 없어지지 않는다고 해서 쓴풀이라는 이름이 붙었으며 용담보다도 10배 이상 쓴맛이 세다.

 

 

쓴맛은 심장과 비위를 튼튼하게 한다

단 것을 많이 먹어서 생긴 병은 쓴 것으로 고칠 수 있다. 당뇨병, 갖가지 염증, , 아토피 피부병, 심장병 등 질병은 단 것을 지나치게 많이 먹어서 생긴 것이다. 단맛으로 인해 병든 몸은 쓴맛으로 고칠 수 있다.

쓴 것을 먹으면 의지가 굳세어지고 결단력이 생기며 정신력이 강해진다. 쓴맛은 잘 나가고, 잘 내려가며, 잘 마르고, 잘 물러지게 한다. 곧 능사(能瀉), 능강(能降), 능조(能燥), 능견(能堅) 작용이 있는 것이다. 쓴맛이 나는 약이나 음식은 열을 내리고, 몸 속을 씻어내며, 습기를 말리고, 밑으로 내려 보내서 몸밖으로 빠져나가게 하는 효능이 있다.

오행으로 따져 보면 쓴맛은 불의 맛 곧 화()에 속한 맛이다. 불에 탄 것은 무엇이든지 쓴맛이 난다. 불이 흙을 만드는 원리 곧 화생토(火生土)의 이치에 따라서 쓴맛은 비위(脾胃)를 튼튼하게 하는 기능이 있다.

쓴맛이 나는 약과 음식은 대개 열병을 다스리고 변비를 없애며 습기로 인해 배가 그득하게 불러오는 것과 기침과 구토를 멎게 하는 기능이 있다.

고미입심(苦味入心)이라는 옛말이 있다. 쓴맛은 심장으로 들어간다는 말이다. 대부분의 심장병 약은 맛이 쓰다. 쓴맛은 심장으로 들어가서 심장 근육을 튼튼하게 한다.

통계를 보면 요즘 사람들은 심장병으로 목숨을 잃는 일이 제일 많다. 암으로 죽는 사람보다 심장병으로 죽는 사람이 더 많다. 심근 경색이나 협심증, 심장 마비 같은 온갖 심장병의 가장 큰 원인은 단맛이 나는 것을 많이 먹고 쓴맛이 나는 음식을 거의 먹지 않기 때문이다.

 

현대의학의 관점에서 볼 때 쓴맛은 다음과 같은 기능이 있다.

 

첫째, 침샘을 자극하여 침을 많이 나오게 한다.

둘째, 몸속에 있는 점막을 자극하여 점액을 많이 나오게 한다.

셋째, 위의 연동운동을 잘 되게 하여 소화가 잘 되게 한다.

넷째, 담즙을 잘 나오게 하고 쓸개의 기능과 작용을 활발하게 한다.

다섯째, 교감신경을 발달시키고 잘 조절할 수 있게 한다.

여섯째, 간을 자극하여 담즙이 잘 나오게 하고 간의 해독능력을 높여 준다.

일곱째, 종합적으로 간의 기능을 좋게 하고 활동을 늘린다.

 

쓴맛 나는 약초만 모아 만든 불로장생약

간은 사람의 몸속에서 가장 중요한 해독정화기관이다. 글리코겐, , 구리 같은 미네랄을 저장해 두었다가 단백질과 탄수화물, 지방의 대사에 사용한다. 또 간은 혈액을 저장하며 혈액 속에 있는 온갖 독을 분해하여 몸 밖으로 내보내는 작용을 한다.

간이 하는 일 중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담즙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사람이 몸속에서 만드는 물질 중에서 제일 맛이 쓴 액체가 담즙이다. 곰의 쓸개인 웅담이 훌륭한 해독제이고 간 치료약이 되는 이유는 그 맛이 몹시 쓰기 때문이다. 담즙은 음식으로 들어오는 모든 독을 풀고 지방질을 분해하여 장에서 흡수할 수 있도록 바꾸어 주는 기능이 있다. 간은 바깥에서 음식을 통해 들어오는 쓴맛에 자극을 받아 담즙을 생산하여 담낭으로 내려 보낸다. 쓴맛이 나는 음식을 많이 먹어야 간에서 담즙을 제대로 만들 수 있고 간의 해독정화 능력이 세어진다. 쓴맛이 나는 음식을 먹으면 담즙이 많이 나와서 기름기가 많은 음식을 잘 소화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대사 작용이 잘 이루어지고 소화기관에 염증이나 질병이 생기지 않는다.

쓴맛이 나는 약초나 음식은 간 기능이 허약하여 몸이 쉬 피로해지는 사람들에게 특히 좋다. 만성적인 대사 장애나 소화불량이 있거나 늘 긴장하면서 사는 사람들한테도 좋다. 또 혈액순환이 잘 안 되는 사람, 기운이 없고 정신이 맑지 못한 사람, 감기를 달고 사는 사람, 병원균에 잘 감염되는 사람이나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들한테도 좋다.

2 4백 년 전에 살았던 서양 사람들이 의학의 아버지로 추앙하는 히포크라테스(Hippocrates : 기원 전 460377)도 쓴맛을 비롯한 네 가지 맛에 대하여 언급하였다. 또 스위스의 천재의학자이자 연금술사인 파라셀수스(Paracelsus 14931541)는 여러 가지 쓴맛이 나는 식물의 뿌리를 모아서 이른바 불로장생약을 만들었다. 파라셀수스가 만든 불로장생약은 수백 년 동안 유럽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약이었다.

이백 년쯤 전에 샘스(Samst)라는 스웨덴 의사는 파라셀수스의 불로장생약을 연구하여 개량불로장생약을 만들어 스스로 복용하고 104살까지 살았다. 그는 104살 때 말에서 떨어져 죽었으므로 말에서 떨어지지 않았으면 그보다 훨씬 더 오래 살았을 것이다.

오스트리아 약초학자 마리아 트리벤(Maria Treben)은 샘스의 불로장생약을 연구 개량하여 스웨덴식 쓴약(Swedish Bitters)’라는 불로장생약을 만들었다. 그는 많은 환자들한테 이 불로장생 쓴약을 먹여서 온갖 질병에 탁월한 치료효과를 얻었다. 지금도 유럽을 비롯하여 세계의 여러 나라에서 이 불로장생 쓴약을 먹는 사람들이 많다.

이 불로장생 쓴약은 효과가 아주 좋아서 말레이시아를 비롯한 동남아시아에서도 인기가 높고 인도에서는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만 살 수 있는 약으로 정해져 있다고 한다.

쓴맛이 나는 약초나 음식에는 대부분 지방을 분해하는 물질이 들어 있다. 대부분의 독소와 노페물은 지방과 결합되어 있으므로 쓴맛이 나는 물질은 지방을 분해하여 몸무게를 줄이는 동시에 몸속에 있는 온갖 독소들을 씻어낸다.

마리아 트리벤이 만든 불로장생 쓴약에는 용담(龍膽), 대황(大黃), 장뇌(樟腦), 엉겅퀴, 당귀(當歸), 민들레 등이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럽에서는 여러 약초에서 쓴맛 성분을 추출하여 술로 담가서 기름진 음식을 먹고 나서 소화를 촉진시키기 위해서 마신다. 그 밖에 대장을 청소하거나 설사약으로도 쓴다.

대변에 들어있는 독소가 오랫동안 소장이나 대장 안에 머물러 있으면 몸속으로 다시 흡수되어 혈관 속으로 들어가서 머리를 혼탁하게 하고 혈액을 더럽힌다. 쓴맛은 독소를 분해하여 몸 밖으로 빼내는 한편 신경을 자극하고 혈액 순환을 촉진하며 피로를 없애고 머리를 맑게 한다.

 

쓴맛은 심장과 소장에 유익하다

쓴맛은 불의 맛이다. 무엇이든지 불에 탄 것은 쓴맛이 난다. 달콤하기 이를데 없는 꿀이나 설탕도 태우면 쓴맛이 난다. 쓴맛에는 다음의 3대 기능이 있다. 첫째는 열과 기()를 내리는 것이고 두번째는 습기를 말리는 것이며, 세번째는 진액(津液)을 마르지 않게 보존하게 하는 것이다.

쓴맛은 심장이나 소장의 열로 인한 여러 질병에 좋은 치료효과가 있다. 심장의 열로 인해 입안이나 혀에 생긴 염증을 삭이고, 근심으로 인해 잠을 잘 못 자는 것, 소변이 누렇게 나오는 것, 소변을 볼 때 찌르는 듯이 아픈 것 등을 낫게 한다. 심장과 소장의 열을 내리는 제일 좋은 방법이 쓴 음식이나 쓴 약초를 먹는 것이다.

쓴맛은 심장과 소장으로 들어가서 열을 내리고 염증을 삭이며 심장을 안정시키고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쓴맛이 나는 음식이나 약초를 먹어서 심장과 소장의 화기(火氣)를 없애면 오장육부가 평형과 조화를 이루게 된다.

쓴맛이 나는 약은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맛이 쓰면서 성질이 찬 약인데 이는 열을 내리는 작용이 있다. 둘째는 맛이 쓰면서 성질이 따뜻한 약인데 이는 한기(寒氣)를 없애고 습기(濕氣)를 없애는 작용이 있다.

열이 머리 쪽으로 올라올 때에는 맛이 쓰면서 성질이 차가운 약초를 먹는 것이 좋다. 맛이 쓰면서 성질이 차가운 약초로는 황련(黃蓮)이나 대황(大黄) 같은 것이 있고 음식으로는 수박이나 참외, 여주, 녹두, 살구씨 등을 꼽을 수 있다.

쓴맛은 모두 열을 없애는 작용이 있고 성질이 차거나 따뜻하거나 상관없이 습기를 말리는 작용이 있다.

습기가 몸에 들어와서 해를 끼치는 것을 습사(濕邪)라고 한다. 습사는 모두 음기(陰氣)로 인한 것이다. 습기(濕氣)와 한기(寒氣)가 같이 몸속으로 들어온 것을 한습(寒濕)이라고 하고 습기와 열()이 동시에 몸속으로 들어온 것을 습열(濕熱)이라고 한다. 또 습()과 풍()이 같이 몸속으로 침입한 것을 풍습(風濕)이라고 하고, 습기와 더위가 함께 몸속에 들어온 것을 서습(暑濕)이라고 한다.

습사(湿邪)가 몸속에 들어오면 제일 먼저 비장(脾臟)이 상한다. ()는 토()에 속하고 토는 물을 흡수하는 성질이 있어서 비위(脾胃)가 상하기 쉽다.

여름철은 화기(火氣)와 습사(濕邪)가 가장 왕성한 계절이다. 그러므로 여름철에는 열과 습기를 없애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열을 내리고 습기를 없애는 데에는 쓴맛이 나는 음식이나 약을 먹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다.

​《황제내경(黄帝内經) 소문(素門) 장기법시론(藏氣法時論)에 보면 비고습 급식고이조지(脾苦濕, 急食苦以燥之)’ 라고 하였다. 이는 ()는 습()을 싫어한다. 그러므로 습이 성하면 비가 상한다. 쓴맛은 습을 제거하므로 맛이 쓴 것을 먹으면 습이 사라진다는 뜻이다. 이를 보면 쓴맛은 습기를 말리고 비위를 튼튼하게 해 주는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음양오행으로 볼 때 비위(脾胃)는 흙에 속하며 흙은 만물을 길러내는 어머니와 같은 역할을 한다. ​《역경(易經) 지재곤원 만물습생(地哉坤元, 萬物滋生)’이라고 하였다. 이는 흙은 만물의 근원이며 만물을 길러내고 살찌게 하는 기능이 있다는 뜻이다.

비위의 기능이 튼튼해지면 심장이 튼튼해져서 온갖 심장병이 없어진다. 비위가 신체의 모든 기관과 장부의 근본이므로 비위가 건강해야 오장육부가 다같이 건강해진다.

쓴맛은 습기를 없애는 작용뿐만 아니라 견음(堅陰) 작용도 있다. 견음이란 음을 견고하게 한다는 뜻인데 몸속의 진액(津液)을 마르지 않게 보존하게 해 준다는 뜻이다. 쓴맛은 심장과 소장의 열을 없애서 진액을 보존할 수 있게 한다. 쓴맛의 열과 화기가 몸속의 피와 진액(津液)을 손상하지 않게 하는데 이를 견음작용이라고 하는 것이다.

쓴맛은 열을 내리고 습기를 말리며 진액을 보존하게 하는 세 가지 기능으로 심장과 소장을 튼튼하게 한다. 심장에 열이 많거나 소장에 열이 많아서 소변의 빛깔이 진하게 나오거나 순조롭게 나오지 않은 사람은 늘 쓴맛이 나는 음식이나 약초를 가까이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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